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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맛 



마트에 수북이 쌓여 있는 수박들을 보면 여름이 찾아왔음을 실감한다. 수박 이외에도 복숭아, 자두, 청포도 등 알록달록한 빛깔의 과일들이 집에 쌓여 간다. 역시 여름은 과일의 계절이다. 요즘은 과일의 계절 구분이 희미해진지 오래지만, 제철의 것이 최고다. 그 중 여름 하면 떠오르는 과일을 뽑으라면 당연 복숭아라고 말한다. 그건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 우리 엄마는 복숭아를 먹을 수 있어서 여름이 오기 만을 기다린다고 한다. 항상 제철이 돌아올 즈음 복숭아 장수 아저씨께 서둘러 연락을 하신다. 여름을 앞장서서 맞이하는 우리 엄마. 작년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 맛이 없었다고 엄청 속상해하신 게 떠오른다.

어느 날에는 가족끼리 말복이 최고다! 아니 딱복이 최고다! 하면서 이야기가 오간 적도 있다. 나는 딱복파, 엄마는 말복파. 엄마는 말랑한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나오는 달콤한 과즙을 삼키는 것이 환상이라고 한다. 반면 나는 딱복의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은은하게 풍겨오는 단맛에 빠졌다. 하지만 나는 간혹 변덕을 부리니, 내년에는 말복의 매력에 더 푹 빠져있을지도 모른다.

 

나만의 또 다른 여름의 맛이 있다. 바로 오미자. 무더운 여름 날 투명 유리잔에 차가운 물과 얼음 세 덩어리를 넣는다. 오미자청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한 잔 들이켜면, '크으'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무뎌진 여름 입맛도 살아난다. 특히 이번 오미자는 더욱 진하게 느껴진 이유가 있다. 작년 여름 끝 무렵, 외삼촌을 돕기 위해 약 3시간을 달려 강원도 산골짜기에 도착했다. 우리의 할 일은 300평이나 되는 밭의 오미자를 수확하여 청을 담그는 것. 덩굴 사이로 빼곡한 열매들을 보면 한숨이 나왔지만, 땀이 송골송골 맺히도록 일한 그 기억은 오미자를 훨씬 달게 만든다. 손에 쥔 서늘한 컵의 온도를 느끼며 가만히 앉아 시끄러운 세상 소리에 벗어난다. 나의 여름에 집중했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화려한 것만이 기쁨을 가져다줄 수 있는 건 아니다.

 

입안 가득 차오르는 복숭아와 오미자.

초록색이 가볍고 부드럽게 흔들리는 곳.

새로운 흙 길.

마루에 가만히 앉아 맡는 풀냄새.

집 앞에서 갓 따온 상추로 요리하시는 외숙모.

책상 밑에서 피어오르는 모기향 냄새.

평상 위에 차려진 꿀맛 같은 새참.

 

이 또한 진정 한 계절에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여름의 맛 아닐까. 작은 순간들이 나의 여름을 누구보다도 특별하게 만들어줬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만의 계절의 이야기를 기억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을, 그리고 초록색을 볼 수 있는 그 계절의 시간을 투명 유리잔에 가득히 담아 한 모금 입에 넣어 삼킨다. 여름을 담을 수 있도록.

 

겨울이 왔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요즘. 나는 새로운 여름의 맛을 기다린다.













 

 

인적 드문 비탈길에서 복숭아를 판매하시는 아저씨.

생각해 보면 우리 엄마는 이런 곳을 어떻게 발견한 걸까.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알록달록 여름 과일들.


















 

 

기차 안에서 델리스파이스의 '고백'노래를 들으며

무심결에 창밖을 봤다.


















  

이불 빨래를 했다.

내가 빨래한 걸 하늘이 알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빗방울이 떨어졌다.

 

















 

힘들어도 세상 태평하게 누워 자고 있는 강아지

우리 베니만 보면 귀여워 웃음이 나온다.

 


















 

  

노동 중에 먹는 꿀맛 같은 새참.

작업을 빨리 끝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서둘러 입안에 고기 한쌈을 크게 욱여 넣는다.



















 

 

정다혜 ㅣ 기록가

@good2nne

 

형태가, 내용이 어떻든

저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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