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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묻은 마음들 



여름. 여름을 이리 저리 달리 써보았다. 좁은 머릿속으로 여름이란 것을 집어넣어 이런 저런 생각들을 굴려보기도. 십년째 써내려가는 블로그에 '여름'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나온 아홉 개 정도의 목록. 하나의 글을 콕 눌러 읽는다. 여름의 한 가운데에 있는 내 생일에서 며칠 지난 즈음 써내려간 글. '사랑하는 사람들의 추움과 더움을 안는다. 미처 다 느껴내지 못할... 지극히 여름밤인 그런 밤에 있다.' 같은 문장들이 긴히 기록되어 있고, 사진 한 장. 글만 있으면 그때의 마음을 다 헤아리진 못했을 텐데, 글 속에 담은 마음을 오롯이 느끼던 순간의 사진이 같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순간의 마음은 아마도 아픔이나 슬픔 같은 것. 그 안에서 나에게 낮은 점수를 매겨주던 밤.

 

다름 아닌 그 계절에, 그 시간에 묻은 마음이었다. 그 마음의 장면과 문장은 정확히 그 여름의 날로 나를 데려가주었다. 그리고는 여러 여름들에 묻은 마음들을 만나게 해주는, 고마운 여름의 기억들.

 

여름이라는 계절을 삼십 번을 넘게 겪었다. 여름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지나기도 했고, 온전하고 깊게 여름을 느끼며 겪기도 했을 날들. 여름이라는 계절 안에는 더움도 있고 시원함도 있고 따뜻함도 있고 미지근함도 있어. 투명함도 있고 맑음도 있고 텁텁함도 있고 기쁨도 있고 시끄러움도 있고 고요도 있어. 복숭아도 있고 옥수수도 있고 사과도 있고 청포도도 있고. 비가 땅위에 내리는 시간의 소리와 풍경도 있고, 뜨거움 속에서 걷다 만나는 물 한 모금도 있고, 좀처럼 깊이 들어가진 않지만 발 끝만은 시원히 닿고 싶은 여름 바다도 있고, 추울 만큼 시원한 에어컨 공기 안에서 쪼개고 나누는 대화들도 있고, 어느 계절이던 내게 기쁨을 빌어주는 엄마의 마음이 여름에도 있어. 우리가 처음 가까워지고 오래도록 함께 하기로 한 마음도 여름에 묻어 있어.

 

여름에 묻은 마음들은. 따뜻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다. 때론 슬프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지만, 기쁨과 맑음과 고요한 시끄러움과 지끈한 기분 좋음들이 나의, 우리의 여름에 묻어간다. 슥, 닦아내어 또 꺼내봐야지. 여름에 묻은 마음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농도와 비율로 섞인 맑은 여름의 마음들.














여름 YEOREUM SUMMER 열음,

여름에 대한 작은 탐구 같던 시간.



















성실한 초 여름의 초록.

매년 함께 떠나는 여름 첫 여행의 모습.




















 

복숭아에서 나는 여름 향.

















고요한 시끄러움 같은,

나에겐 여름의 풍경.


















 

여름 산책의 이점이다.

싱그런 색깔들.


















비가 물 위로 내릴 때.

바깥에서의 모든 일을 접게 되어도

마음은 고요히 즐겁다.



















 그야말로 여름이 가득 묻은 여름의 전주.



















여름 바다를 멀찍이서 보는 사람의 시선.

사람들은 즐겁다.



















일맆 ㅣ 브랜드 기획자, 포토그래퍼

@peace.ilyp

 

평온, 투명, 고요.

매일 걷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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