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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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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다이빙 



물에 들어갔다 온 날이면 파란 스티커를 달력에 붙였다. 한여름의 달력엔 열댓 개 쯤 스티커가 붙었다. 수영복은 마를 틈이 없었지만 가능하면 더 자주, 더 오래 물놀이를 하고 싶어서 하루하루 지나가는 여름날이 아까웠다. 물놀이는 매번 같은 곳에서 해도 다른 방식으로 재밌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방법, 물을 입체적으로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다이빙이다.


다이빙을 좋아한다. 힘을 다해 가장 높이 뛰어오른 다음 발끝에 물이 닿기까지 가슴에 느껴지는 보글거림을, 무례하게 온몸을 휘감는 차가움을, 눈과 귀와 숨을 틀어막는 압도를, 물 속 가장 깊이 들어간 순간 잠깐 찾아오는 두려우면서도 편안한 고요를, 수면으로 올라오는 동안 서서히 밝아지는 눈꺼풀의 색깔을, 물 위로 얼굴을 내밀어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지켜보던 이들에게 건네는 인사를, 뭍으로 몸을 건지자마자 또 다이빙하러 가는 총총걸음을, 너무나 위험한 가운데 위험하지 않은 짜릿함을 좋아한다. 


나 역시 높은 곳에 서서 뛰어들 자리를 바라보는 순간은 무척이나 무섭다. 분명 밑에서 볼 땐 이렇게 높지 않았는데, 왜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득하게 높은 걸까. 한숨 쉬며 뒤를 돌아보면 낑낑 대며 기어 올라온 가파른 바위와, 아마도 곧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될 사람들이 얼른 뛰지 않고 뭐하냐는 자세로 서있다. 내려갈 길은 하나뿐이다. 가장 쉽고 빠르고 안전한 길은 저 밑으로 뛰어내리는 것이었다. 망설이면 망설일수록, 두려움은 망설이는 시간에 비례해서 점점 커진다.


다이빙이 무섭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건 다이빙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길을 걷듯 걸어가서, 멀리뛰기 하듯 점프하고, 침대에 뛰어들듯 떨어지면 되는 것이다. 상상도 하지 않고 머뭇거리지도, 숫자를 세지도 않는다. 그냥 바위에 올라서는 즉시 성큼성큼 걸어갈 때에, 두려움은 찾아올 새가 없다.


두려움 없이 뛰어들기, 이번 여름에도 반복하고 싶은 일이다. 성큼성큼, 풍덩!












 물 속 가장 깊이 들어간 순간 잠깐 찾아오는 고요




















수면으로 올라오는 동안 서서히 밝아지는 눈꺼풀의 색깔



















물속의 햇빛은 다른 형태

















다른 사람의 다이빙을 보며 순서를 기다린다.



















뛰어들 자리를 바라보는 순간은 무섭다.



















힘을 다해 높이 뛰어오르기



















보글보글 간질간질


















다이빙 후 유유한 배영



















프리다이빙도 다이빙, 제일 좋아하는 입체적 물놀이













하야티 ㅣ 훌라 댄서

@yaatiismove

 

세상 모든 춤을 수집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춤을 배우다가 

하와이에서 내 몸과 영혼에 꼭 맞는 춤, 훌라를 만났습니다. 

사람들을 춤추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춤을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하와이안 훌라 수업 '훌라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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