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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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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것은 여름날의 그리움 



우리의 여름날에는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씩 있다. 햇빛이 따갑게 내리쬐는 날, 장맛비가 거세게 몰아치는 날에도.

 

사실 나는 말이지, 여름의 따사로운 햇볕, 그 속에서 푸르게 자라나는 나무와 풀을 바라보는 것을 참 좋아해 여름이라는 계절을 마냥 예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장마와 폭우를 달고 사는 계절이기에 예쁘기만한 마음을 지니지 못하고 그와 정반대의 슬픔과 그리움도 잔뜩 지니고 있다.

 

여름에 대한 그리움 하나. 지난 겨울부터 갑작스럽게 할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내 짧은 인생의 모든 순간을 함께한 사람이자, 나의 든든한 벗 또는 느티나무 같은 멋진 분.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존경하고 미안한 점마저 투성이다. 그의 투병생활이 점점 길어질수록 나의 마음도 점점 야위어 가고, 나를 비롯한 나의 어머니, 나의 할머니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도 점점 가물어져 갔다. 이 뜨거운 여름을 함께 이겨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초여름, 그의 짧고도 길었던 투병 생활이 끝이 났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의 모습은 이전과 다르게 바짝 말라 있었고, 밥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약에 의존하는 모습은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을 시리게 했다. 그래도 퇴원을 했으니 마음을 조금 편하게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가슴 부푼 생각들을 줄곧 하기 시작했다. 아직 어리고 세상을 모르는 나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그는 집에 돌아왔지만, 끝나지 않는 아픔속에 있었다. 퇴원을 하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는 나의 멍청한 생각. 그는 결국 여름을 함께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여름에 대한 그리움 둘. 한여름. 매미가 매섭게 울고 온몸이 끈적끈적 해지는 그 여름에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아빠의 생일날이 있기 때문에. 이전의 나는 생일에 대한 큰 의미 부여를 하며 1년에 단 하루뿐인 생일을 기념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급급했다. 좋은날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만큼 의미있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렇지만 여름이 무르익어 갈수록 들떠있던 감정들도 가라앉아버린다. 떠나가는 여름에 대한 아쉬움일지 생일을 같이 보낼 수 없다는 아쉬움일지도 모르겠다.

 

여름. 참 알 수 없는 계절이다. 그럼에도 마음에 품을 수 밖에 없는 계절. 그리움이라는 감정마저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일부니까. 그래서 나의 여름은 더 이상 특별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되는 잊지 못할 계절이다. 파랗고 소중한 이 여름날을 제법 씩씩하게 보내야겠다.



















평범한 여름날이다.

푸르고 파랗고 그런 여름날



















시골집의 대나무 돗자리. 초록색 과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욱 소중해지는 것 같다.



















내 멋대로 붙인 장미의 꽃말은 그리움이다.

무기력한 와중에도 가장 빨갛고 강렬한.


















햇볕이 좋은 날 만큼 멋지게

여름을 표현할 수 있는 날씨도 없을 것이다.





















다정하게 자라는 녹음의 사이에서



















한 여름에 꼭 만들어 먹게 되는 바질토마토에이드.

소중한 추억이 가득한 공간이고, 여름 마무리를 준비해 본다.



















어느덧 여름을 한 바퀴 돌아 다시금 찾아온 여름.

방울방울 맺히는 땀방울과 꽃.

그 속에 숨은 그리움들.



















김수진 ㅣ 고양이와 일하는 중

@loveall.hatenone


모두를 사랑하고 모든 이들을 아낍니다.

사랑받아 마땅한 세상의 모든 것을 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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