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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갤러리입니다.

    • episode 26.
      배반의 여름여름엔 결코 실망이 없었다.  추위를 잘 타는 체질 탓에 여름을 참 좋아했다. 넌 참 여름 같아, 라는 말은 아무리 들어도 좋았다.  눈부신 녹음, 그 해의 휴가를 구상하는 일의 즐거움부터 아무 날도 아닌 날 고궁 옆을 거니는 한밤의 산책까지. 어느 것 하나 즐겁지 않은 것이 없었다. 여름은 ‘확실한 행복’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올해의 여름을 떠올린다. 다가오는 것보다 떠나보낸 것들이 유난히 많던 여름이었다. 끈적한 온기로 인내심을 시험하지만 이내 탐스런 행복을 안겨주던 나의 계절에 조금은 배신감마저 들던 여름이었다.  어떤 여름,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설렌다’고 하는 말버릇이 있다고 했다. 설레는 음식, 설레는 산책길, 설레는 작품. 그때의 나에겐 설레는 일들이 참 많았지. 어떤 이는 나 덕분에 가장 싫어하던 계절이 좋아졌다고 했다. 숨이 차고 땀이 나더라도 이 계절이라 가능한 일들이 이제는 기다려진다고. 해가 갈수록 끓는 점은 높아진다. 가슴 뛰던 계절 앞에서도 침착한 어른이 되어간다. 잘 감추고 유보하는 일이 많아졌다. 마음이 들끓는 일들은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다. 올해 내가 그토록 사랑하던 여름의 배반처럼. 그러나 겨울을 지나 내년 또다시 돌아올 이 계절을 맞이할 수 있는 건 다 지나간 여름 덕분일 테다.  어린 그 해의 여름이 안겨주던 열기를 기억하는 나는 달군 숨으로 나를 빨아들이는 더위에 다시 몸을 맡길 것이다. 어쩌면 한 번 달궈진 팬이 더 빨리 달아오르듯 더 정열적으로, 오래 널 담을지도 모른다. 증발하지 않는 더 느긋해진 마음으로 담을 것이다. 나를 배반하는 여름이라 할지라도기꺼이 설레며 나의 계절을 맞이할 것이다.여름은 내가 가장 많이 움직이는 계절.출근하는 날에도 날이 좋은 날이면 이른 아침 산책을 간다.좋아하는 여름의 녹음추위를 싫어하지만 북유럽은 엄청 좋아한다.8년만에 다시 찾은 스톡홀름의 이번 여름운이 좋게 친구 니나의 집에 여행 내내 머물 수 있었다.고마운 마음에 준비한 꽃들좋은 전시는 항상 설레지만, 이번 여름 공간이 좋았던디자이너 jiyongkim의 전시Le temps de cerises, 체리 시준을 이르는 말이 있을 정도로탐스럽고 맛있는 프랑스 시장의 체리좋아하는 과일이 가득한 여름의 아침을 준비할 때면 위트가 많아진다.정예하 ㅣ 브랜드 기획자, 카피라이터 @yehaeo패션회사를 다니다 브랜드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 여러 브랜드를 위해컨셉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한다.하지만 역시, 시키지 않은 일이 가장 재밌다.
    • episode 25.
      여름의 작업실 2020년 봄, 우리는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가구를 옮기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하고도 반이 지났다니. 이전 집과는 다르게 나만의 공간인 ‘작업실’을 꾸렸다. 이전 집에서 그림을 그릴 때는 그것이 업무이든 개인 작업이든 이방 저방 옮겨 다니며 마음이 편해지는 곳에 주저앉아 그리곤 했는데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보헤미안의 감성으로 그리니 항상 어딘가 정리되지 않은 기분이었다. (나름의 낭만은 있었지.) 그래서 항상 이사 가면 꼭 마음에 쏙 드는 작업실을 갖겠노라 다짐했더랬다. 작업실을 위해 가장 먼저 고민했던 건 책상이었는데 이것은 기필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빈티지 가구여야만 했다. 반짝반짝한 새 책상은 흰 도화지를 마주할 때의 중압감을 몇 배는 더 늘려버릴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빈티지 가구의 인기가 높아져 가고 있었던 때라 그리 어렵지 않게 마음에 쏙 드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취향을 한데 모으고 보니 작업실 가구는 모두 나무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그래서인지 물기를 머금은 여름이 오면 묵직한 나무 냄새가 방 안을 채운다. 그림을 그리려 책상에 앉으면 살결에 맞닿은 눅눅한 나뭇결에 마음이 노곤해져 더 이상 흰 도화지가 두렵지 않다. 작업 공간을 포함한 집 곳곳엔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해온 식물들이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평균 4-5년을 함게 해온 친구들이라 잎사귀만 봐도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사이랄까. 이들이 가장 수다스러워질 때는 역시 여름이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너나 할 거 없이 앞다퉈 작고 반짝이는 밝은 잎을 내보인다. 아이고 애썼다 하며 하나씩 바라봐 주면 하루가 훌쩍 간다. 혹여 잎이 지거나 웃자라더라도 식물을 해치는 병이 아니라면 그들의 뜻대로 내버려 둔다. 그래서인지 이 친구들은 상인들이 소위 말하는 b급 형태의 모습들로 내 곁에 있다. 내 눈엔 다 예뻐라고 속삭이며 여름의 생기를 담아 넣는다.아마 내가 식물을 좋아하는 건 아빠의 영향이지 않을까 싶은데 아빠는 항상 화초를 가꾸기를 게을리하지 않으신다. 후드둑 비가 쏟아지면 화초들 물 먹여야 한다며, 자연에서 오는 물이 건강하고 좋다며 아픈 허리는 아랑곳 않고 커다란 화분을 모두 밖으로 내놓으신다. ‘나는 아빠를 닮아서 집에 식물이 많은 거 같아’라고 아빠에게 이야기 하면 잘 올라가지 않던 입꼬리를 씰룩이시며 당신의 취향을 닮아가는 딸이 흐뭇하다는 표정을 지으신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얼굴이다. 부녀간의 짧은 대화가 끝나면 나는 다시 작업실로 돌아와서 눅눅한 나무 책상 위에 팔꿈치를 대고 아빠의 얼굴을 식물과 함께 도화지에 담아낸다. 여린 잎이 주렁주렁 달린 커다란 나무가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린 그림.작업실 너머로 보이는 여름에게 시선을 자꾸만 빼앗긴다.아마도 7-80년대 생산됐을 것으로 추측되는 나의 빈티지 가구들. 테이블 위로 세월의 얼룩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이 책상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다 쓴 물감들은 어쩐지 버릴 수가 없다.작업실에 있는 대부분의 툴들은 내가 직접 만든 것들로 사용하고 있다. 내가 나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어 좋다. 지난 반년 동안 취미로 도예를 배웠는데 그때 만든 것들이다.세탁실 한켠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뒀다.일주일에 한번 집에 있는 초록 친구들을 한데 모아놓고 안부를 묻는다.여름이 깊어질수록 내 도화지 위엔 수많은 햇살과 식물들이 새겨진다. 훌륭한 모델들.김소연 | 일러스트레이터 kimu@kimu_so 일상을 그림으로 기억합니다.그림을 그릴수록 취향이 깊어짐을 느낍니다.편안하고 안전함을 느끼며 오래도록 그리고 싶습니다.Click!소연 섬머필리아님의 섬머 플레이리스트"토닥토닥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 당신에게"
    • episode 24.
      뜨거웠던 8월의 하와이 뜨거워도 너무나 뜨거웠던  8월의 하와이! 벌써 수년이 흘렀음에도 여름하면 제일 먼저 툭 떠오르는 추억.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도 몇번씩이나 회자되었던 웃픈 기억이다. 7년 전 여름, 하와이로의 장장 2주간의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가족들과 함께라 자유롭지만은 않았던 스케쥴의 불편함도 용서될 만큼 즐거운 시간이 흘러갔다. 하지만 여행의 마지막 날, 그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마지막 몇일은 오아후 섬 북쪽에 위치한 열대우림 느낌의 리조트에 묵었다. 귀국 하루 전 어른들은 각자 계획대로 뿔뿔이흩어지고 우리 부부, 동생, 어린 사촌 동생들만 리조트에 남게 되었다. 뭐할까 궁리를 하며 액티비티 팸플릿을 뒤적이다리조트에서 무료로 카약을 타고갈수있다는 샌드비치(바다 한가운데 백사장이 펼쳐진 신비한 곳)에 마음이 움직였고, 안내데스크에 물어보니 “20분이면 갈 수 있어요! 초보도 문제 없어요!” 일초의 망설임도 없는 시원한 대답에 우리 모두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렇게 우리는 짧은 안전교육 후 2인용 카약 3대를 빌려 의기도 양양하게 항해에 나섰다. 순조로운 시작이었다. 리조트앞 에메랄드 빛 바다의 잔잔한 출렁임은 간질거렸고, 웃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곧 닥칠 악몽은 상상도 못한 채. 출발한지 15분쯤 흘렀을까? 20분이면 도착한다던 샌드비치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잔잔하던 파도는 점차 거칠어지고 짙은 블루의 바다색은 도무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작렬하는 태양에 흐려지는 시야, 아무리 노를 저어도 목적지는 보이지 않았고, 두려움이 밀려왔다.  끈적끈적한 땀과 바닷물이 온몸을 뒤덮었다. 맞바람에 엎친데 덮친격 조류의 방향도 반대다. 다들 말이 없어지고, 동생들은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이었다. 남편은 목소리를 높이고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만 뿔뿔히 흩어지는 동생들의 카약들을 밀고 당겼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 조그맣게 요트가 한척 보였고, 남편의 구호 아래 우리 모두 그 요트를 향해 필사적으로 노를 저었다. 그리고 우리는 마침내 20분이면 도착한다던 샌드비치에 무려 1시간 반이 걸려서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엔 보란듯이 럭셔리한 투어 요트 한척이 유유히 떠있었다. 샌드비치에서 발리볼을 즐기는 사람들,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 요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칵테일. 고생은 잊혀지고 우리는 짧지만 달콤한 천국을 맛보고 다시 리조트를 향해 출발하였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는 길은 무려 2시간이 걸렸다. 어찌저찌 우리는 리조트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바닷물과 땀에 씻겨내려간 썬크림의 부재로 우리 모두 하와이의 강렬한 태양에 그대로 맞선 상상할수 없는 아픔의 썬번을 얻었다. 잠을 이룰 수 없었던 밤들. 감히 직화로 입은 화상만큼이나 고통스러웠다 할 수 있겠다. 아! 뜨거워도 너무나 뜨거웠던 8월의 하와이! 그 후로 햇빛을 조금만 받아도 빨개지는 예민한 정강이를 보면 아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보다 강렬하고 뜨거웠던 여름의 추억이다.  온몸을 감싸는 뜨거운 공기, 모든걸 태워버릴듯한 태양. 그 거대한 자연을 어떻게 잊겠는가. 내가 여름을 사랑하는 이유. 이 글을 쓰고 있자니 슬금슬금 다시 가고 싶어지는 그곳! 나의 넘버원 여름 여행지.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따듯한 햇살, 계곡, 바다, 여름의 묘미(1)따듯한 햇살, 계곡, 바다, 여름의 묘미(2)짧지만 행복했던 샌드비치에서의 한때슬금슬금 몰려오는 구름때공포의 샌드비치 여행기이온스 l 2oz@j_btwnspcsFounder + Maker @btweenspaces 브루클린에서 이것저것 만들고 있습니다.
    • episode 23.
      자신과 닮은 계절 좋아하는 계절을 물으면, 대답에서 그 사람이 보인다. 취향과 기호를 넘어 본능적인 감각, 좋고 싫음을 표현하는 얼굴이 흥미롭다. 여름을 이야기할 때 사랑에 빠진 얼굴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여름이 다가오는 냄새, 짙어지는 초록을 느끼자마자 들떠버리는. 명암대비 선명한 뭉게구름이 뜨면 종일 창밖을 내다보고, 실려오는 풀 냄새 들이마시며 오래 걷는. 산딸기, 살구, 자두, 복숭아… 빛 잔뜩 머금은 제철 과일을 호시탐탐 기다리는 사람. 내가 그렇다. 여름 한가운데, 따사로운 볕 아래 태어나서 그런가.  반면 여름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대체로 극단적인 날씨를 꼽는다. 더위나 장마가 사람을 지치게 한다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극구 매력을 찾아내고 만다. 치익 - 탁, 보글보글, 꿀꺽꿀꺽. 같은 맥주라도 여름에 마실 때 쾌감이 더해지는 이유는 그 극단적인 날씨 덕분일 테니까.  게다가 여름은 모든 상황을 낭만으로 만들어버리는 재주를 부린다. 특히 과거가 되면 더욱. 어떤 문장이든 끝에 ‘여름이었다’를 붙이면 애틋해진다는 밈도 있지 않은가. 길가 커다란 트럭 뒤에서 숨죽여 울던 날도, 별이 빼곡한 밤하늘 아래서 씩씩대던 밤도 있었는데. 여름의 잔상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남는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주인공 서사라고 생각해버린다는 배우 구교환, 영화감독 이옥섭 씨의 말처럼.  우울감이 바닥을 찍더라도 금세 수면 위로 떠올라 제자리를 찾는 사람들. 다이나믹한 삶, 재밌잖아! 즐겨버려! 언제 그랬냐는 듯 씩씩하게 헤엄쳐 나아가는 사람들. 어쩌면 이런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대체로 여름을 좋아하지 않나 싶다. 사람들은 자신과 닮은 계절을 좋아하니까.싱그러운 제철 과일과 채소를 챙겨 먹으면단숨에 기분이 좋아진다.여름 무드가 담긴 패브릭은 텍스처샵 Texture Shop,이름마저 'summer greenery'.여름 음료의 빛과 그림자 1.제주 인스밀에서 보리개역(미숫가루)를 주문하면옥색 다완에 커다란 얼음을 하나 넣어주는데, 제주 바다를 그대로 담아낸 듯한 비주얼이 아름다워 내내 들여다봤다.여름 음료의 빛과 그림자 2.에디션 덴마크 씨브리즈 Sea Breeze.'여름 바다에 불어오는 산들바람'이라는 뜻이라고.최근 서울 브루어리와 협업해 IPA맥주를 만들었던데 궁금하다.8월, 화단에서 자주 보이는 목수국. 좋아하는 색을 모두 지닌 꽃이다.부처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불두화라고도, 색감을 그대로 살려'라임 라이트'라고도 불리운다.여름이면 담벼락을 주황빛으로 물들이는 능소화, 꽃말은 '명예'.몇년 전 오른쪽 팔 뒤쪽에 능소화 타투를 새겼는데, 이 꽃을 마주할 때면나를 떠올린다는 지인들 덕에 뿌듯하다.내내 기억해 줘!울감이 바닥혜빈 ㅣ 콘텐츠 디렉터@have.in._______울림 얻은 경험을 값진 이야기로 엮어요.평소 영락없는 ENFP인데, 일할 땐 J 성향이 강합니다.
    • episode 22.
      여름날의 우리와 Never Ending Summer 고백하자면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 계절로 꼽은 적은 없었어. 나는 계절과 계절 사이를 좋아해서 겨울과 봄 사이. 여름과 가을 사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고는 했어.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그 계절 사이중에서도 내가 가장 애틋함을 느끼는 건 여름과 가을 사이더라. 다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게 느껴질 때 나는 마치 봄이 올 때처럼 다시 설레고 말아. 하지만 속으로는 알고 있는 거야. 가을 끝에는 추운 겨울이 올테고, 후덥지근했던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는 걸. 그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떠올려 봤어. 여름이 끝나가는 걸 아쉬워한다는 건 사실 여름을 그만큼 좋아하는게 아닐까. 햇빛이 가장 길고 강렬한 계절에 무더위에 투덜 거리다가도 이 뜨거운 시간들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거야. 언젠가는 그리워할 거라는 걸 아는 거야.  더 발룬티어스의 Summer를 들으며 따릉이를 타고 한강 옆을 달리는 걸 좋아해. 그 다음은 바이바이배드맨의 너의 파도를 들어야 해. 나에게 이 두 노래는 여름 단골송이거든. 너의 파도가 나오면 나는 속으로 따라 부르면서 자전거를 타고 언덕 밑을 질주해. 아직 남아있을까너의 기억 속의 희미해진 나단지 사라질 뿐이야우리 가슴속의 뜨거웠던 날 이 노래는 한강에 윤슬처럼 반짝이는 전주로 시작해서 이렇게 조곤조곤 읊조리고는 마지막에 이런 가사가 반복 돼. 널 볼 수 없어 난끝인 것 같아 다아직 할 말이 남아있는데너는 모르니 널 볼 수 없어 난미칠 것 같아 난널 볼 수 없어 난미칠 것 같아 난 딱히 그렇게 미칠 것 같이 그리워하는 사람도 없으면서 이 노래에 감정 이입이 된 채로 막 따라 부르는 거야. 이 노래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내겐 여름과도 같아. 언젠가 사라져버리고 말 뜨거운 시간이라는 걸 알기에. 너는 너무 덥고 뜨거워!라고 외치면서도 츤데레처럼 속으로는 여름의 한복판에 있는 걸 좋아하고있는 거지. 지금이 내게 여름이고 청춘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거야. 열정, 청춘, 정점과 같은 단어들은 여름과 잘 어울려. 내가 입고 있는 옷이 가벼워져. 밝은 색으로 염색을 하고 나시만 입고 쪼리를 신은 채 밖을 돌아다녀. 이 계절에 나는 조금 더 자유롭고 대담해지는 것 같아. 언젠가 방콕에 갔을 때 이런 문구를 발견한 적이 있어. Never Ending Summer.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사계절에 익숙한 나에겐 생소한 문장이었거든. 그런데 이내 아~하고 이해가 가는 거야. 태국은 언제나 여름이잖아. 영원한 여름. 사계절이 당연했던 내게 이건 좀 신선한 충격이었거든. 아, 그럴수도 있네. 이 말은 거짓이 아닌 진실이네. 깨닫게 된 거지. 그래서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 나는 여름으로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지구에는 영원히 여름인 곳도 있으니까. 겨울은 또 겨울대로 즐기는 나지만, 너무 추운 날에 뜨거운 날이 그리워지면 나는 여름을 찾아갈 거야. 내 마음 속에 끝나지 않을 청춘을 다시 불러 올거야. 나는 내 몸을 감싸고 있던 옷들을 벗어 던지고 가벼워진채로 그 뜨거움을 즐길거야. 우리의 여름은 그렇게 앞으로도 계속 될거야.여름에 즐겨듣는 발룬티어스와 바이바이배드맨의 노래로 만든 플리따릉이를 타다가 나는 자주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나무 아래서 고개를 들어 나뭇잎 뒷면으로 비추는햇살을 보는 순간을 무척 아낀다건물 앞에 꽃도 활짝 피는 시기건물 앞에 꽃도 활짝 피는 시기여름이면 용지트도 더 아름답게 빛난다여름날의 산책은 마음을 더 풍요롭게 해입고 있는 옷이 가벼워지는 계절융 | 독립한 마케터, 작가@alohayoon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다양한 회사와 세계 곳곳을 유랑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좋아하는 것에 빠져있는 사람들,편견을 부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깁니다.
    • episode 21.
      지구 반대편의 여름 여름 속으로 햇빛은 피부가 따가울정도로 쏟아지고, 그늘을 벗어나면 몇 걸음 못 옮기고 다시 그늘을 찾게 되는 호주의 여름이 왔다. 누가 그랬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그래서, 나와 내 친구들은 바다를 향해,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무작정 예약하고 우리가 살던 곳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여름 냄새를 한가득 담고 있는 바닷가에 도착해 그늘막 한켠에 자리를 잡고 각자의 방식으로 여름을 즐기기 시작했다. 태닝을 하고 싶었던 친구는 태양빛이 쏟아져 내리는 모래밭에 누워 한가로이 태닝을 하고, 책을 가져온 친구는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를 음악삼아 독서를 시작했고, 나와 내 친구는 눈부시게 부서지는 파도를 향하여 몸을 내던졌다. 내 몸이 바다의 온도에 적응할 때 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머리 위로 새들이 날아다니고 파도는 나를 바다 이곳저곳에 데려다 준다. 바다에 나를 맡긴 채,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속으로 잠수도 해보고, 수영을 하다보면 바쁘게 흘러가던 일상에서 벗어나 한없이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내가 바다를 보는 것보다,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게 아닐까 싶다. 정신없이 수영을 하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여름을 잠시 내려놓고 친구들과 함께 뭐 먹을지 고민을 하다 바닷가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 피쉬앤칩스와 맥주를 사서 모래밭에 펼쳐놓고 간단한 점심을 즐겼다. 그리고 다시 각자의 방식으로 여름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수평선 너머에는 노을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바다를 뒤로하고 숙소로 가기 전 우리는 동네 마트에 들러서 와인과 함께 곁들일 피자를 사서 숙소로 향했다.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사온 와인과 음식을 야외 테이블에 펼쳐놓고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밤공기 내려앉은 여름의 한 페이지를 넘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마셨을까, 적당히 취기가 오르고, 배도 불렀던 우리는 와인잔을 들고 잔디밭에 누워 무심코 하늘을 바라본 우리는 동시에 와 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불빛 하나 없는 작은 시골마을의 밤하늘에는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 처럼 별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아무런 말없이 하늘을 보던 내 친구가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오늘의 추억으로 힘든 일을 버티고 나아갈 거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더위를 피해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추억할 수 있는 그런 기억을 남긴 거라면, 꽤나 괜찮은 여름 여행이었던 것 같다. 벌써 새로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의 여름은 어떤 페이지로 기억될까 37도에 육박하던 건조한 호주의 여름지인이 가져온 방수 필름카메라 덕분에 여름을 더 생동감 있게 기억할 수 있었다.모래 속에 발을 파묻는게 더 시원하다.피쉬앤칩스와 마신 멜버른의 맥주그날의 여름 밤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 우리의 저녁식사황금빛 노을이 지는 바다에는 항상 누군가가 있다.돌아갈 수 없기에 더 특별한 추억잔디밭에 누웠을때 보였던 밤하늘 신현빈 ㅣ 사진가@chalkak.film 한국에서 8571km 떨어진 도시의 평범한 순간들을특별한 눈으로 담고 기록하고 있습니다.Click!현빈 섬머필리아님의 섬머 플레이리스트"찰-칵 여름을 담았던 셔터소리가 떠올라"
    • episode 20.
      남겨진 것은 여름날의 그리움 우리의 여름날에는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씩 있다. 햇빛이 따갑게 내리쬐는 날, 장맛비가 거세게 몰아치는 날에도. 사실 나는 말이지, 여름의 따사로운 햇볕, 그 속에서 푸르게 자라나는 나무와 풀을 바라보는 것을 참 좋아해 여름이라는 계절을 마냥 예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장마와 폭우를 달고 사는 계절이기에 예쁘기만한 마음을 지니지 못하고 그와 정반대의 슬픔과 그리움도 잔뜩 지니고 있다. 여름에 대한 그리움 하나. 지난 겨울부터 갑작스럽게 할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내 짧은 인생의 모든 순간을 함께한 사람이자, 나의 든든한 벗 또는 느티나무 같은 멋진 분.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존경하고 미안한 점마저 투성이다. 그의 투병생활이 점점 길어질수록 나의 마음도 점점 야위어 가고, 나를 비롯한 나의 어머니, 나의 할머니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도 점점 가물어져 갔다. 이 뜨거운 여름을 함께 이겨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초여름, 그의 짧고도 길었던 투병 생활이 끝이 났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의 모습은 이전과 다르게 바짝 말라 있었고, 밥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약에 의존하는 모습은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을 시리게 했다. 그래도 퇴원을 했으니 마음을 조금 편하게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가슴 부푼 생각들을 줄곧 하기 시작했다. 아직 어리고 세상을 모르는 나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그는 집에 돌아왔지만, 끝나지 않는 아픔속에 있었다. 퇴원을 하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는 나의 멍청한 생각. 그는 결국 여름을 함께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여름에 대한 그리움 둘. 한여름. 매미가 매섭게 울고 온몸이 끈적끈적 해지는 그 여름에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아빠의 생일날이 있기 때문에. 이전의 나는 생일에 대한 큰 의미 부여를 하며 1년에 단 하루뿐인 생일을 기념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급급했다. 좋은날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만큼 의미있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렇지만 여름이 무르익어 갈수록 들떠있던 감정들도 가라앉아버린다. 떠나가는 여름에 대한 아쉬움일지 생일을 같이 보낼 수 없다는 아쉬움일지도 모르겠다. 여름. 참 알 수 없는 계절이다. 그럼에도 마음에 품을 수 밖에 없는 계절. 그리움이라는 감정마저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일부니까. 그래서 나의 여름은 더 이상 특별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되는 잊지 못할 계절이다. 파랗고 소중한 이 여름날을 제법 씩씩하게 보내야겠다.평범한 여름날이다.푸르고 파랗고 그런 여름날시골집의 대나무 돗자리. 초록색 과일.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욱 소중해지는 것 같다.내 멋대로 붙인 장미의 꽃말은 그리움이다.무기력한 와중에도 가장 빨갛고 강렬한.햇볕이 좋은 날 만큼 멋지게 여름을 표현할 수 있는 날씨도 없을 것이다.다정하게 자라는 녹음의 사이에서한 여름에 꼭 만들어 먹게 되는 바질토마토에이드.소중한 추억이 가득한 공간이고, 여름 마무리를 준비해 본다.어느덧 여름을 한 바퀴 돌아 다시금 찾아온 여름.방울방울 맺히는 땀방울과 꽃.그 속에 숨은 그리움들.김수진 ㅣ 고양이와 일하는 중@loveall.hatenone모두를 사랑하고 모든 이들을 아낍니다.사랑받아 마땅한 세상의 모든 것을 애정합니다.
    • episode 19.
      여름에 대한 대화 여름이 왜 좋으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더운 여름 날의 죽도록 내리쬐는 따가운 햇빛과 숨막힐듯한 습도 그리고 이때의 여름 냄새가 좋다." 누군가는 싫어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여름 그 모든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미치도록 다 좋다. 여름을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푸른 바다, 시원한 물의 감촉, 타들어갈 것 같은 햇빛, 미칠듯한 습도, 그을린 피부, 나시 등등. 여름이 그리울 때 나는 항상 바닷가에 있는 상상을 한다. 그 속에서 나는 따가운 태양빛 아래 해변에 누워서 기분좋은 낮잠을 잔다. 얼마 지나고 일어나 뜨거워진 몸을 식히러 바다로 걸어간다. 이내 몸에 닿는 차가운 바닷물의 감촉이 느껴지고, 이 느낌은 매번 새롭고 기분이 좋다. 한 동안 내 몸은 바다의 일부가 되어 파도가 치는대로 부유해 다닌다.  생각해보니 나는 어떤 계절이든 항상 여름을 그리워했다. 봄에는 따스한 햇빛을 맞다보면 여름이 곧 올 것만 같아서, 여름에는 그때의 여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갈까봐, 가을에는 여름이 지나가는게 몸으로 바로 잘 느껴져서, 겨울은 너무 차갑고 길어서 여름이 오지 않을까하는 괜한 마음에. 그래서 나에게 사계절 중 여름은 가장 짧아 잠시 꿈 꾼 것처럼 지나간다. 셰익스피어가 "한 여름밤의 꿈"이라는 이름을 괜히 쓴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계절의 밤보다 여름밤이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지 않을까? 나에게 기억나는 여름밤은 작은 스탠드 조명을 켜놓고 책상에 앉아 창문으로 들어오는 밤공기를 느끼던 밤이고, 친구들과 한강 둑가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하던 밤이다. 여름의 나는 마치 여름의 녹음의 색처럼 가장 솔직하다. 여름이면 나의 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내적인 부분까지도 더 잘 보여줄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면 여름에 만나고 싶다. 서로의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계절은 여름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여름 마인드맵 더운 여름이지만 하늘을 보고 있으면 시원한 기분이 든다.작년 여름 고성바다.해변가에 누워있다 바다에 들어가기를 계속 반복했다. 여름의 꾸밈없는 녹음. 여름 한강. 여름을 지낸 발.아끼는 한강 공원 비밀 스팟.친구들을 몇 번이나 데려갔다.여름에 마시는 내추럴 와인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든 것들.음식, 음악, 사람.꽤 깊숙하게 방에 들어온 여름 하늘.여름 나라를 그리워한지도 벌써 3년째다.예린 ㅣ JITKI 디렉터, 기획자@yeliinbb새로운 자극을 끊임없이 찾아다닙니다.
    • episode 18.
      여름 다이빙 물에 들어갔다 온 날이면 파란 스티커를 달력에 붙였다. 한여름의 달력엔 열댓 개 쯤 스티커가 붙었다. 수영복은 마를 틈이 없었지만 가능하면 더 자주, 더 오래 물놀이를 하고 싶어서 하루하루 지나가는 여름날이 아까웠다. 물놀이는 매번 같은 곳에서 해도 다른 방식으로 재밌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방법, 물을 입체적으로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다이빙이다.다이빙을 좋아한다. 힘을 다해 가장 높이 뛰어오른 다음 발끝에 물이 닿기까지 가슴에 느껴지는 보글거림을, 무례하게 온몸을 휘감는 차가움을, 눈과 귀와 숨을 틀어막는 압도를, 물 속 가장 깊이 들어간 순간 잠깐 찾아오는 두려우면서도 편안한 고요를, 수면으로 올라오는 동안 서서히 밝아지는 눈꺼풀의 색깔을, 물 위로 얼굴을 내밀어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지켜보던 이들에게 건네는 인사를, 뭍으로 몸을 건지자마자 또 다이빙하러 가는 총총걸음을, 너무나 위험한 가운데 위험하지 않은 짜릿함을 좋아한다. 나 역시 높은 곳에 서서 뛰어들 자리를 바라보는 순간은 무척이나 무섭다. 분명 밑에서 볼 땐 이렇게 높지 않았는데, 왜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득하게 높은 걸까. 한숨 쉬며 뒤를 돌아보면 낑낑 대며 기어 올라온 가파른 바위와, 아마도 곧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될 사람들이 얼른 뛰지 않고 뭐하냐는 자세로 서있다. 내려갈 길은 하나뿐이다. 가장 쉽고 빠르고 안전한 길은 저 밑으로 뛰어내리는 것이었다. 망설이면 망설일수록, 두려움은 망설이는 시간에 비례해서 점점 커진다.다이빙이 무섭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건 다이빙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길을 걷듯 걸어가서, 멀리뛰기 하듯 점프하고, 침대에 뛰어들듯 떨어지면 되는 것이다. 상상도 하지 않고 머뭇거리지도, 숫자를 세지도 않는다. 그냥 바위에 올라서는 즉시 성큼성큼 걸어갈 때에, 두려움은 찾아올 새가 없다.두려움 없이 뛰어들기, 이번 여름에도 반복하고 싶은 일이다. 성큼성큼, 풍덩! 물 속 가장 깊이 들어간 순간 잠깐 찾아오는 고요수면으로 올라오는 동안 서서히 밝아지는 눈꺼풀의 색깔물속의 햇빛은 다른 형태다른 사람의 다이빙을 보며 순서를 기다린다.뛰어들 자리를 바라보는 순간은 무섭다.힘을 다해 높이 뛰어오르기보글보글 간질간질다이빙 후 유유한 배영프리다이빙도 다이빙, 제일 좋아하는 입체적 물놀이하야티 ㅣ 훌라 댄서@yaatiismove 세상 모든 춤을 수집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춤을 배우다가 하와이에서 내 몸과 영혼에 꼭 맞는 춤, 훌라를 만났습니다. 사람들을 춤추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춤을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하와이안 훌라 수업 '훌라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episode 17.
      여름이 준 해방감 나는 강박관념이 강한 사람이었다. 내 기준이 너무나도 엄격해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했고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를 사납게 다그치고 몰아세웠다. 다른 사람들은 저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왜 너는 이것밖에 못 하냐고 쉬지 않고 나를 채찍질해댔다. 다 나를 위한 거라 의심치 않았지만 한순간도 마음 편한 적은 없었다. 이 광기 어리기까지 한 강박을 어느 정도 멈추고 내려놓을 줄 알게 된 건 태국의 더위 덕분이었다. 내 고향 대구의 더위도 만만치 않지만 태국의 더위는 어마어마했다. 특히 우기의 태국은 사정없이 내리꽂는 햇빛에 높은 습도까지 더해 태양 광선 아래 물속을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느낌이었다. 샤워 물줄기 같은 땀을 흘리며 습도와 햇빛의 콜라보에 지칠 대로 지치던 나는 어느 순간 그 굉장한 더위를 즐기기 시작했다. 옷차림은 간소해졌고 배낭의 짐도 줄어들었다. 갈증이 날 때에는 걸음 닿는 곳곳에서 직접 만들어주는 시원한 주스를 마셨고 넉살 좋은 총각의 과일 수레에서 달고 수분 가득한 과일들을 사 먹었다. 뜨거운 국수를 먹으며 이열치열도 해보고 정 못 견디겠다 싶으면 편의점에 들어가 구경하며 땀을 식히곤 했다. 여름나라에 와서 햇빛에 조금이라도 덜 닿으려 피해 다니고 에어컨이 빵빵한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는 게 바보같이 느껴졌다. 땀이 나면 땀이 나는 대로 피부가 타면 피부가 타는 대로 더위가 나를 봐줄 리는 없으니 내가 더위 그 자체에 빠져들면 되는 거였다. 한국에 와서도 여름은 맛있고 즐거웠다. 날이 더우면 더운 만큼 수박을 더 맛있게 먹었고 비빔국수를 야무지게 해먹었다. 선풍기 바람도 소용없는 열대야에는 매실청을 진하게 타 얼음에 녹여마시며 몸을 식혔고 뜨거운 보이차를 마시며 부러 땀을 흠뻑 흘린 뒤 샤워할 때 느끼는 잠깐의 시원함을 즐기곤 했다. 여름이 무척 좋았다. 더위를 피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찾는 내 모습도 좋았고 나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던 엄격한 기준이 어느새 사라지면서 드는 해방감도 좋았다. 나는 더 이상 예전처럼 작은 실수에도 나를 다그치지 않는다. 자책하기보다는 다음을 기약하고, 타인을 의식하며 비교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새카만 내가 참 좋았다. 여름의 더위는 모든 걸 잘 해내고 싶어한 나의 버거운 욕심을 녹여냈다. 이번 여름에는 프랑스에 간다. 처음 가는 곳이지만 태국과 한국처럼 맛있고 즐거운 여름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어떤 여름이든 나는 즐길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곧 새로 늘어날 주근깨와 다시 새카매질 피부가 무척 기다려진다.더위 덕분에 달고 다양한 식재료와 메뉴들을 접한다.눈과 입이 마구마구 즐거운 여름나라.해먹에 누워 앞집 아주머니의 맛있는 코코넛 아이스크림을먹으며 책을 읽는 뜨거운 한낮의 느긋한 시간. 너무 더워 수영장에 갔는데 선크림 바르는 걸 깜박했던 날.토마토 인간이 되어 한동안 꽤 괴로웠지만 웃기고 큰 교훈을 얻은날.과일 수레 종소리가 나면 냅다 쫓아나와 타이 멜론과 파파야를 사곤 했다.오늘은 파파야다. 중심가에서 먼 곳에 있는 조용한 카페.가려던 참에 갑자기 소나기가 한참 쏟아졌다.다시 앉아 따뜻한 과일 차를 주문했다.여차하면 입맛 잃기 쉬운 여름에는 비빔국수가 정답.큼직한 오이를 동동 썰어 소금과 참기름에 슥슥.더운 여름 호하호하 불며 먹는 갓 찐 옥수수와 감자는 차가워도 맛있고 매일 먹어도 맛있다.여름에 실컷 먹어야 하는 것들.한참 온도가 높은 낮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길.발걸음이 멈추게 했던 뜨거운 볕 아래 아지랑이처럼 보이던 풍경.가만히 있어도 더운 여름이지만 가끔은 일부러 잔뜩 땀을 낸다.이열치열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더라. 남지영 ㅣ 프리랜서+지읒상점 운영@jinniejiyoung 여행과 자연에서 살아갈 위로를 받으며기록하고 살아갑니다.Click!지영 섬머필리아님의 섬머 플레이리스트"늘어졌다 움직였다 기분따라 여름 듣기"
    • episode 16.
      여름의 쓸모 선생님 안녕하세요. 편지를 받아들고 목련 부럽지 않게 활짝 웃었습니다. 전해주신 스피노자의 말을 여태껏 중얼거리고 있고요. "사람의 마음에는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 있어서, 서로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과 마음이 제멋대로 서로 닮아간다." 어느새 선생님께 저의 가난한 마음이 전해진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과 가르침이 필요한 때를 눈치채고 찾아와 주신듯해 감사한 마음이 한데 엉켜 있습니다. 겨울에 드린 선물을 봄에야 뜯어 보셨다고요. 선물을 묵혀두었다 뜯는 친구가 이야기해준 적이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골랐을까 궁금해하는 시간까지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싶다고요. 한 계절을 기다려 선물을 뜯는 선생님의 성정을 닮아갈 수 있다면 내내 포장지가 씌워져 있는 삶도 뒷짐 지고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 몇 년째 호칭을 정하지 못해 먼저 살아온 사람에게 붙일 가장 적당한 이름을 빌려 쓰고 있습니다. 부름마다 부끄러워하시지만 저는 계절마다 받는 편지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제 스승으로서의 선생도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여름이면 만물이 그렇듯 불분명한 일들도 선명해지려나요. 그렇다면 이 어지러운 편지는 여름이 올 때까지 품고 있다가 수박 몇통과 함께 보내는 게 좋겠습니다. 선명해지다 못해 녹아내리고 밤마저 시끄러운 계절이니 가난한 마음도, 덩그러니 도착한 수박도, 선생이 되어달라는 부탁도 그 사이에선 덜 주책맞아 보이겠지요. 여름의 쓸모는 그런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행병에 걸려 회복 중인 저는 아침, 저녁으로 잠이 한참 늘었습니다. 아침잠이 짧아져 새벽부터 노인처럼 편지를 쓰시는 선생님께 저의 잠을 떼어 보냅니다. 바깥은 여름. 여름의 감각.전혜린의 여름. 여름의 산책.여름의 무늬.여름의 쓸모.쓸모없음이 쓸모인 것 들.여름의 서점.여름의 오후.김수진 ㅣ 기획자@movingroom 방의 배치를 자주 바꿔서 무빙룸이라 부릅니다.6년동안 방 만큼이나 자주 바뀌는 책방 두 곳을 운영했습니다.
    • episode 15.
      여름에 묻은 마음들 여름. 여름을 이리 저리 달리 써보았다. 좁은 머릿속으로 여름이란 것을 집어넣어 이런 저런 생각들을 굴려보기도. 십년째 써내려가는 블로그에 '여름'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나온 아홉 개 정도의 목록. 하나의 글을 콕 눌러 읽는다. 여름의 한 가운데에 있는 내 생일에서 며칠 지난 즈음 써내려간 글. '사랑하는 사람들의 추움과 더움을 안는다. 미처 다 느껴내지 못할... 지극히 여름밤인 그런 밤에 있다.' 같은 문장들이 긴히 기록되어 있고, 사진 한 장. 글만 있으면 그때의 마음을 다 헤아리진 못했을 텐데, 글 속에 담은 마음을 오롯이 느끼던 순간의 사진이 같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순간의 마음은 아마도 아픔이나 슬픔 같은 것. 그 안에서 나에게 낮은 점수를 매겨주던 밤. 다름 아닌 그 계절에, 그 시간에 묻은 마음이었다. 그 마음의 장면과 문장은 정확히 그 여름의 날로 나를 데려가주었다. 그리고는 여러 여름들에 묻은 마음들을 만나게 해주는, 고마운 여름의 기억들. 여름이라는 계절을 삼십 번을 넘게 겪었다. 여름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지나기도 했고, 온전하고 깊게 여름을 느끼며 겪기도 했을 날들. 여름이라는 계절 안에는 더움도 있고 시원함도 있고 따뜻함도 있고 미지근함도 있어. 투명함도 있고 맑음도 있고 텁텁함도 있고 기쁨도 있고 시끄러움도 있고 고요도 있어. 복숭아도 있고 옥수수도 있고 사과도 있고 청포도도 있고. 비가 땅위에 내리는 시간의 소리와 풍경도 있고, 뜨거움 속에서 걷다 만나는 물 한 모금도 있고, 좀처럼 깊이 들어가진 않지만 발 끝만은 시원히 닿고 싶은 여름 바다도 있고, 추울 만큼 시원한 에어컨 공기 안에서 쪼개고 나누는 대화들도 있고, 어느 계절이던 내게 기쁨을 빌어주는 엄마의 마음이 여름에도 있어. 우리가 처음 가까워지고 오래도록 함께 하기로 한 마음도 여름에 묻어 있어. 여름에 묻은 마음들은. 따뜻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다. 때론 슬프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지만, 기쁨과 맑음과 고요한 시끄러움과 지끈한 기분 좋음들이 나의, 우리의 여름에 묻어간다. 슥, 닦아내어 또 꺼내봐야지. 여름에 묻은 마음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농도와 비율로 섞인 맑은 여름의 마음들.여름 YEOREUM SUMMER 열음,여름에 대한 작은 탐구 같던 시간.성실한 초 여름의 초록.매년 함께 떠나는 여름 첫 여행의 모습. 복숭아에서 나는 여름 향.고요한 시끄러움 같은,나에겐 여름의 풍경. 여름 산책의 이점이다.싱그런 색깔들.비가 물 위로 내릴 때.바깥에서의 모든 일을 접게 되어도마음은 고요히 즐겁다. 그야말로 여름이 가득 묻은 여름의 전주.여름 바다를 멀찍이서 보는 사람의 시선.사람들은 즐겁다.일맆 ㅣ 브랜드 기획자, 포토그래퍼@peace.ilyp 평온, 투명, 고요.매일 걷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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