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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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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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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여름의 적막 



마치 가을에 수확한 작물을 말려 겨우내 두고 먹으며 계절을 견뎌내는 것처럼 나는 여름의 기억을 쌓아 놓고 메마른 겨울을 지낸다.

 

여름이 시작되면 먼저 캐리어 안에 알록달록한 옷더미들을 퀴퀴한 초봄의 옷과 바꾼다. 잠옷의 면적이 작아진 만큼 시원하고 부드러운 소재의 이불을  꺼내오고, 긴 계절 내 쌓여있던 에어컨의 먼지를 구석구석 닦아낸다. 빨래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가볍게 삶아낸 메밀국수를 먹고, 가벼운 물 샤워 후에 바삭거리는 새 이불 위로 드러눕는다. 여름의 시작을 기념하는 나의 작은 관례.

 

여름 낮 산책은 더위를 피하고자 말수가 적어지고, 걸음은 더욱 신중해진다. 작은 부채질로 느리게 내디디며 모두 에어컨 바람 아래로 숨어버린 길을 홀로 활보한다. 맘에 드는 그늘아래 자리를 잡고 어깨에 메어둔 텀블러를 꺼내 시원해진 커피를 졸졸 따라 마시고는 쉼 없이 울리는 매미 소리를 듣는다.

 

여름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끊임없이 진동하는 선풍기 소리, 에어컨 소리, 매미 소리. 이미 공간을 가득 채운 소리에 더는 힘겹게 떠들 필요가 없어진다. 가만히 누워 감상하던 바다의 기억도 떠오른다. 쉼 없이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음악은 오히려 소음이 되고, 들떠있는 휴양지의 소음은 바다가 안고 올라왔다, 내려갔다.

 

더위에 노곤해진 몸을 쉽게 침대에 내던진다. 잠에 들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깨어도 빛은 잠들기 전과 다를 바가 없기에. 아직도 대낮인가 하는 착각을 한 채 지끈한 머리를 들고, 낮보다 붐비는 저녁의 거리를 나선다. 마치 반대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인 것 마냥 활기차게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이 새삼 신기하다. 끝을 모르는 아쉬운 밤을 노란 스탠드 불빛 아래 맥주로 애써 마무리하며 또 잠에 든다.

 

여름에 대한 감상을 정리하며 왜 그렇게 외로움 없이 조용한 기억들뿐일까 고민해 본다. 피할 수 없는 더위가, 내딛는 발마다 부딪히는  들꽃들, 어딜 둘러봐도 빈틈없이 들어찬 녹음이 혼자였던 시간을 구석구석 채워줬기에, 그것들이 나에게 쉬이 쓸쓸할 틈을 주지 않았기에 그렇게 기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름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기억나지 않는 이름의 섬, 여유롭게 누워있고 싶었다만,

단체 투어 중이라 힐긋 구경하고 얼른 배에 올랐다.



















햇빛에 강한 피부라며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내내 태국을 배회하다 결국 이런 사달이 나고 말았다.

















 

 

땀에 들러붙은 모래.



















야자수.

태국이었던 것 같다.



















사그레스의 바다.

물이 계곡물처럼 차, 겨우 다리만 담그고 뛰쳐나왔다.



















서울로 돌아가는 날 아침,

극적으로 비가 그쳐 부지런히 바다 구경을 나갔었다.



















함께하는 여행 내내 친구가 입에 달고 살던 복숭아.



















어깨에 김밥을 이고 바다로 향하는 중.

이렇게 보니 많이 그을렸었구나 싶다.



















김재윤 ㅣ 프리랜서 포토그래퍼

@basilqim

 

 

부유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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