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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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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해의 시간 



난방으로 인해 후텁지근해진 방안에 찬 공기를 불어넣느라 창문을 열고 기대어 잠깐 서있는 중에도 발끝이 얼어붙을 것만 같다. 겨우내, 따뜻한 사람들을 나의 집에 초대해 서로의 온기로 한기를 거두어내는 것을 즐긴다. 바깥은 차갑기에 안쪽으로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온기를 사랑한다. 없는 곳에서 있게끔 하는 것. 그것은 내 삶의 특기이며 탄성이기도 한데, 겨울밤을 함께한 이들을 각자의 곳으로 돌려보내고서 내 곳에 홀로 남아 아침해를 쬐고 있자니 이 감각은 문득 지난여름을 떠오르게 한다.

 

연도별로 차근차근 같은 계절을 넘겨보다 보면, 내가 느낀 것은 아주 해묵은 기억들보다도 예년의 여름과는 조금 달랐던 올여름의 감각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생동하는 에너지 덕에 여름이 돌아오면 비행기를 타고 곳곳을 떠다녔던 나에게도 모종의 이유로 집에 박혀, 시간을 이겨내야만 하던 때가 있었다.

 

집에서의 시간이 길어지며 서향집의 여름엔 낮고 길게 파고드는 겨울 볕처럼 해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시간이 있음을 알아챘다. 그것이 내게 주는 에너지는 대단했다.

 

복잡한 마음이, 꿈꾸는 시간까지 이어져 나를 괴롭히던 밤을 지난다. 밤새 맞은 선풍기 바람에 서늘해진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면 여름 정오 무렵의 열기가 살갗에 스민다. 어제 열어둔 베란다 문 틈새로 들어온 볕이 눈을 부신다. 더운 초여름 공기가 집 안을 덥혀 마른 빨래의 바삭하고 푹신한 냄새가 코 안을 훅 스친다. 나는 그렇게 매일 새 해를 맞이하여 지난 새벽의 허물을 벗어 내고 마음을 일깨워 언제 그랬냐는 듯 새 하루를 살아내곤 했다.

 

여름이 지나간 자리에서 다시 그 여름을 떠올린다. 집을 비워두는 시간이 더 길어진 지금, 쉬는 날 집에 가만히 고여있을 때면 그때 보았던 빛 그림자의 모양새를 조금 더 이른 시간에 만날 수 있다. 해의 힘을 믿는다. 해가 유독 길게 유동하는 여름에 시간을 버텨내야 하는 운명이었던 것은 일종의 선물이었을 수도 있겠다. 신은 딱 감당할 만큼만의 고통을 주니까. 나의 의지로 나아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나 무기력 같은 것들은 해가 그린 형상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순간 깨끗이 사라진다. 감정은 사라지고 눈앞의 일렁이는 빛 그림자와 함께, 일렁이는 심장의 두근거림만 남는다.

 

새 해의 시간을 채운다.












 

 

해가 남긴 그래픽 1

 
















 

  

해가 남긴 그래픽 2

















 


해가 남긴 그래픽 3

















 


새 해를 맞으며 마주하던 여름 정오의 공기
















 

  

해가 남긴 그래픽 4
















 

 

이주현 ㅣ 브랜드 디자이너

@eejuhyn

 

그림의 한 가운데가 아닌 캔버스의 옆면을 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공감각적 디자인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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