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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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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쓸모 



선생님 안녕하세요. 편지를 받아들고 목련 부럽지 않게 활짝 웃었습니다. 전해주신 스피노자의 말을 여태껏 중얼거리고 있고요. "사람의 마음에는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 있어서, 서로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과 마음이 제멋대로 서로 닮아간다." 어느새 선생님께 저의 가난한 마음이 전해진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과 가르침이 필요한 때를 눈치채고 찾아와 주신듯해 감사한 마음이 한데 엉켜 있습니다.

 

겨울에 드린 선물을 봄에야 뜯어 보셨다고요. 선물을 묵혀두었다 뜯는 친구가 이야기해준 적이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골랐을까 궁금해하는 시간까지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싶다고요. 한 계절을 기다려 선물을 뜯는 선생님의 성정을 닮아갈 수 있다면 내내 포장지가 씌워져 있는 삶도 뒷짐 지고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 몇 년째 호칭을 정하지 못해 먼저 살아온 사람에게 붙일 가장 적당한 이름을 빌려 쓰고 있습니다. 부름마다 부끄러워하시지만 저는 계절마다 받는 편지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제 스승으로서의 선생도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여름이면 만물이 그렇듯 불분명한 일들도 선명해지려나요. 그렇다면 이 어지러운 편지는 여름이 올 때까지 품고 있다가 수박 몇통과 함께 보내는 게 좋겠습니다. 선명해지다 못해 녹아내리고 밤마저 시끄러운 계절이니 가난한 마음도, 덩그러니 도착한 수박도, 선생이 되어달라는 부탁도 그 사이에선 덜 주책맞아 보이겠지요. 여름의 쓸모는 그런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행병에 걸려 회복 중인 저는 아침, 저녁으로 잠이 한참 늘었습니다. 아침잠이 짧아져 새벽부터 노인처럼 편지를 쓰시는 선생님께 저의 잠을 떼어 보냅니다.

 












바깥은 여름.

 




















여름의 감각.




















전혜린의 여름.

 




















여름의 산책.




















여름의 무늬.




















여름의 쓸모.




















쓸모없음이 쓸모인 것 들.



















여름의 서점.
















여름의 오후.


















김수진 ㅣ 기획자

@movingroom

 

방의 배치를 자주 바꿔서 무빙룸이라 부릅니다.

6년동안 방 만큼이나 자주 바뀌는 책방 두 곳을 운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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