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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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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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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어렵지 않은 일. 



모두가 잔뜩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한 해의 마지막 달. 겨울에 태어난 나는 그 포근함이 좋아 겨울을 사랑하던 아이였는데 언젠가부터 나는 여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문득 현재의 무료함을 느낄 때 즐거운 상상을 하며 그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지는 나의 기억 속 장면들. 오늘도 어김없이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그 상상 속에 들어가 버리곤 한다.

 

혼자서는 처음 해본 등산을 한 후였다. 땀범벅에 흙냄새 머금은 몸을 하고서는 젖은 머리 모자를 푹 눌러쓰고 동네 구석구석을 목적지 없이 계속 걸었고 지금이 몇 시인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기분이 이끄는 대로 뜨거운 태양빛 아래 땀 흘리며 그냥 계속 걷는 것이다. 한참을 거닐다가 목이 말라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실내에 들어가니 온몸에 전율이 흐르듯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넘기니 언제 그랬냐는 듯 끈적했던 몸이 마르고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나를 느낄 수가 있다.

 

자리에 앉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내에 있던 나는 이왕 땀으로 젖은 몸 남방 하나와 모자로 가리고 햇살을 더 즐기고 싶어 실외 테라스 자리로 옮겼다. 무더운 날씨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점점 몸이 끈적거리기는 걸 느끼긴 했지만 잘 보일 사람도, 이런 나를 불쾌해할 사람도 없는데 신경쓰일 거 뭐 있나. 그렇게 한참을 책을 읽으며 밖에서 쉼을 청했다.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테라스 자리가 궁금해 밖을 나왔다. 하지만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에 머지않아 바로 실내로 들어가 버리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모든 것에 개의치 않은 자유로운 상태의 홀로 밖에 남아있던 그 순간의 내가 나는 너무 좋았다. 남들보다 더 자유로운 이방인이 된 듯한 그 기분. 그날의 쾌락은 몇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잊지 못할 나의 여름 중 어느 한순간이다. 그때부터 알았던 것 같다. 땀은 흘리면 닦으면 되는 거고 흠뻑 젖은 몸도 햇빛에 찡그려진 얼굴도 가만히 그대로 둔 채 앉아 있으면 그 무덥던 여름도 언젠가는 식는다는 것을 말이다.

 

옷 자국 그대로 그을려진 피부와 눈가에 자리 잡은 기미와 주근깨들, 타인에게 발그레진 볼과 땀으로 젖은 얼굴을 드러내는 게 꽤나 부끄럽지 않을 수 없지만 내가 그 모습 자체를 연연해하지 않고 사랑할 수만 있다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다 보면 고통스럽게만 생각하던 무더위의 그 한 달 남짓한 여름도 꽤나 금방 지나간다는 것을 말이다. 그 모든 시간과 순간들은 다 잠시일 뿐이다. 피할 수 없는 자연의 흐름은 내가 바꿀 수 있는게 아니니 그럼 내가 그에게 맞추면 그만이다.














여름에 장시간을 걷기 위해 꼭 필요한 준비물.



















몇보를 걸었는지는 모르겠다. 체감온도 40도가 넘던 날.

흰옷이 다 젖어 비칠정도로 정말 많이 걸었다.


















그 날의 기록.


















걷다가 발견한 고양이집.

이 아이들을 케어해주시는 분이 집도 만들고 그늘도 만들어주신 듯 하다.

너희는 좋겠다.


















몇시부터 몇시까지 였을까,

해가 지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물에서 나올 생각이 없었던

어느 여름날.


















박온도 ㅣ 기록가

@parkondo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일까

끊임없이 마주한 나를 향한 질문에

결국 프리랜서가 되었다.

특정되지 않은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삶을 기록하는 기록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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