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준비하는 자세 

설레는 봄도, 잔잔한 가을도, 낭만적인 겨울도 아닌 여름을 나는 무슨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여름은 내가 제일 긴장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는 계절이다. 온전히 이 계절을 받아들이기에 여름은 생각보다 강렬하며 큰 존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여름을 맞이하기 전에 우리는 꽤 많은 준비를 끝내야 한다.

먼저 이런 무더운 날씨에 장신구는 사치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나를 꾸미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나의 경우에는 머리를 밝은 색으로 바꿔 변화를 준다. 또한 위생적인 부분도 다른 계절보다 몇 배는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럼 다른 계절에는 위생을 신경 안쓰나요’ 라는 질문에는 부정한다. 하지만 이 공동체 사회의 여름 속에서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위생이 그 기준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름휴가 준비를 끝마쳐야 한다. 여름이 다가올 즈음에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인이라면 더 공감할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봄이 가기 전에, 아니 봄이 시작하기도 전에 여름휴가를 미리 생각하고 준비한다.

이것이 내가 여름을 준비하는 자세이고 나 역시 매년 여름에는 항상 어딘가로 떠났었다. 그 떠남 중에는 한국 여름을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익숙한 곳에서 느끼는 익숙한 더움과 익숙한 땀은 매년 적응되지 않는 삼박자이다. 그에 반해 생경한 곳에서 맞이하는 더움과 햇살과 땀은 생각보다 기분이 좋고 쾌적하기 때문이다.

자, 이제부터 내가 나열하는 모습들을 상상해 보자.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처음 보는 건물 사이로 따사로이 비추는 햇살, 카페에 들어서니 서로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던 아름다운 커플, 윤슬이 쨍하게 비추고 있는 블타바 강에 들어가 유유히 타보는 카약, 기분 좋은 땀을 흘리고 식당에 들어가 마시는 흑맥주, 큰 티셔츠를 입고 새벽까지 어두워지지 않는 프라하 성 외곽 거리를 거니는 모습.’

이 모습은 내가 상상한 모습이 아닌 직접 겪은 어느 여름날의 프라하다.

내가 갔던 여행지 중 여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가 어디 있을까 생각해 보면 답은 프라하이다. 베를린 여행 중 단 하루 가본 프라하가 여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라니, 누가 들으면 어불성설이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완벽한 여름은 아직 여기에 머물러있다.

언젠가 우리는 우리의 완전한 여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여름이 왔을 때 후회하지 않는 순간들을 보내기 위해 언제나 우리는 계속 우리만의 여름을 그려 나가야겠다. 낭만으로 가득 찬 모든 여름의 순간들을 상상하며.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던 여름의 순간

감히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연이 내뿜는 모든 윤슬은 아름답지만

내가 본 윤슬 중 가장 아름다운 윤슬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여름의 조각 중 하나.

그 날의 아침 풍경

오른쪽의 하트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벅찬 낭만을 느꼈다.

서로의 초상화를 그리던 커플

연필과 눈으로 서로를 그리고 있었다.

납작복숭아를 먹기 전의 그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처음 먹었을 때의 그 충격과 짜릿함을 다시 느끼고 싶기 때문에.

장윤정 ㅣ 프리랜서

@yjkidult

울림 받는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며

저 역시 그런 글을 쓰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제 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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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 섬머필리아님의 섬머 플레이리스트

"한여름 낮과 밤의 온도 차이"